나는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 2023년 회고

시작

갑자기 이번글에선 이 영화의 포스터와 제목을 오마주를 하고 싶었다. 난 이 영화를 재밌게 보진 않았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 내용,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생을 반영한 이 작품에 대해서 이동진 평론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좋은 영화는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현실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가 모두 좋았다는 말은 아니고 한해 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에 대해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해보려한다.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2023년 하반기 회고를 작성하고 반년이 지났다. 회고록은 재작년에 이직을 하고 나서 이번이 세 번째이다. 이번 회고 글은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를 반복했는데, 정리가 잘 안되는 것도 있었지만, 자꾸만 글에서 한 해 동안 있던 일에 대해 스스로 부정적인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알맹이 없었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가 지나고 나서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들을 다시 지우고 글을 썼다.
  
확실히 23년에는 이전 생활과는 전혀 다른 생활 패턴을 지냈다. 생활 패턴(?)이라고 정의하기도 좀 애매하다. 패턴이라고 부를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22년까지 해오던 방식, 생각, 행동들은 확실하게 달랐고, 그런 내 모습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작년과 비교해서 난 무엇을 잃고 얻었을까? 지금부터 한 해 있었던 일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회사

서비스 런칭과 리브랜딩

올해 메인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고 챌린지도 많이 했던 일을 뽑자면 단연코 서비스 리브랜딩이다. 작년 말부터 기획이 7번이나 변경되고, 건물을 짓고 허물고를 반복하던 해였다. A-Z까지 프로젝트 생성부터 운영 유지 보수까지 의미 있는 서비스였다.

개발적으로는 아키텍팅, 디자인 패턴, 크로스 브라우징, 인증서버 구축, 디자인 시스템 구축, 운영으로는 git 브랜치 전략 구성, Jira 태스크/릴리즈 버전 전략, 최적화 작업(이미지, 번들링, 캐싱, 도커 라이징 최적화), 디자인 팀과의 맨투맨 협업 등 정말 많은 일을 몰아치듯이 작업했다.


운영과 개발 경험뿐만이 아니라, 협업 스킬 향상에 대해서 정말 큰 경험치를 얻었다. 이 서비스는 개발, 기획, QA,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팀 전부 하나의 서비스에 달라붙어 TF에 인원이 20명(거의 스타트업 규모가 아닌가...)에 달하는 인원이 투입되었다.(물론 서비스 하나만 개발을 한 것은 아니고, 관련된 백오피스 서비스를 동시에 개발을 했었기에 리소스가 필요했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가는 법...

 

너무 많은 사공으로 인해 기획과 디자인에서 지체되는 경우가 잦았고, 자꾸만 바뀌는 BM 때문에 개발팀에선 그에 대응하는 UI를 다시 만들기를 반복해야 했고, 모바일과 PC 클라이언트와의 호환을 생각해야 했던 프론트 개발 입장에선 정말로 피똥 싸는 경험을 했다. 더불어 UX 개선과 기술 부채를 막기 위해 테스트 프로세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당시 내가 일 중독에 빠져서 온종일 일만 했던 시기여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도 해본 것들을 대부분 반영할 수 있었다.(더 상세히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기에 이 정도만)

작년 출시 제품: 알툴즈 리브랜딩, 에이쁠 포인트

 

알툴즈 | 내 PC 필수품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빠르고 간편한 전국민 PC 필수품, 알툴즈 공식 사이트입니다.

altools.co.kr

 

에이쁠포인트

쓸수록 더 받는 A⁺한 포인트 생활

apluspoint.co.kr

 

오거나이저

현재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오거나이저 활동이다. 오거나이저는 사내에서 각 분야 별로 선별하여, 회사와 팀의 역량 증진과 더불어 전체적인 회사 생산성 및 홍보를 담당하는 직책이다. 애초에 이 직책은 열정 페이로 운영되다는 것을 공표했지만, 팀이든 회사든 열정 페이로 기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 Team/TF wiki, Jira, git 등 컨벤션 도입 
  • 사내 스터디 개설(북 스터디, 오픈 소스 스터디, 기술 블로그 포스팅, 사내 기술 공유) 
  • 디자인 시스템 구축(사내 첫 디자인 시스템)  
  • 메일 템플릿을 구성할 수 있도록 Storybook + Markdown 서비스 제공 
  • FE/BE 팀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한 템플릿 제공  
  • 외부 네트워킹 devrel

생각나는 액션들은 이 정도이긴 한데, 사실 오거나이저라고 해서 "오거나이저는 이러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야!"라고 정의하기 어려웠다. 그냥 회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안하기도 하고, 내가 만들어서 제공하기도 하고, 내가 힘드니까 컨벤션, 문서를 만들어서 정리하고 공유했던 행동들이 다 포함되었다.

 

나의 오거나이저의 목표가 회사에서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동기부여와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는데 위 액션들을 통해 비개발자가 보았을 때,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협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인지시키고, C 레벨 임원이 보았을 때 프론트엔드가 명확히 업무에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는가를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목표로써는 한 70%는 원하고자 하는 결과와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생각된다.

 

도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봤던 액션이 있는데 바로 '외부 활동'. 즉, '네트워킹이다. 부산에서 지난 4년간 일하던 환경에선 사람은 많았는데 네트워킹 활동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선뜻 밖으로 나가 행동하기가 어려웠던 점이다. 무엇보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네트워킹 자체를 시도하기가 어려웠다.

오픈 챗팅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무작정 시작한 게 '오픈 채팅방'을 뒤적거렸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방은 세가지.

  • 테오의 프런트엔드(랜선 사수 테오가 운영. 내가 할 때만 해도 100명 정도였는데 이젠 1500 풀방이다!) 
  • React & React-Native (팀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곳. 유명 FE 개발자분들이 꽤 계신다.) 
  • GDG 인천/송도 (Google Developer Group 하면 뭔가 쉽게 들어가기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오픈된 채팅방이고, 내가 하는 네트워킹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원티드 프리온보딩

너무 감사하게도 원티드에서 매달 진행하는 프리온보딩 코스가 있다. 지원 자격은 없으며, 누구나 신청해서 들을 수 있다. 디스코드를 통해 운영되는데 23년 매달 12회 신청하고 10회 정도 참여한 것 같다. 꽤 이름이 알려진 개발자분이 해주시기도 하고, 외부 전문 강사분이 와서 강의해 주시기도 했다. 사실 무료 콘텐츠인데 이렇게까지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주니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콘텐츠다.

 

프리온보딩 알림 신청하고 오픈 소식을 받아보세요! | 원티드

이력서, 채용 공고, 연봉 정보, 직무 콘텐츠 등 이직 및 커리어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나보세요.

www.wanted.co.kr

 

디스코드

지금 13개의 개발 관련 디스코드 방에 속해있는 상태이다. 

  • 오픈 채팅 동기화: 프리온보딩과 테오의 프런트엔드 방도 포함되어 있다. 디스코드는 이런 네트워크 활동에 있어서 정말 다양한 풀이 제공되고 있다.  
  • 강의: 유데미나 인프런 강의 중에서 수강생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디스코드방을 제공해 주기도 하는데 이런 곳들이 정말 꿀단지 같은 곳이다. 많은 고수들과 강의 강사분과 바로 컨택을 하기도 하니 말이다.  
  • 오픈 소스: 유명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디스코드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 있으면, 해당 라이브러리에 대해서 체험

 

GDG 송도/인천

이 커뮤니티는 정말 우연하게 알게 된 곳이다. 블라인드를 보다가 갑자기 인천에서 오픈 소스 관련해서 스터디 할까 하는데 혹시 의향 있으신 분 모집한다고 해서 이끌린 듯이 신청했더니 합류하게 되었다. (인천...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진짜 멀다. 너무너무 멀다... )
정말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아마 국내에선 최초로 오픈 소스 관련 스터디를 public 하게 하는 곳은 여기가 첫 스타트일 것이다. 주최하신 주최자 분도 확신하며 말을 해주셨다. 주최는 GDG 오거나이저로 활동하시는 다니엘 님과 라인 백엔드 개발자이신 인제 님을 주축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 오픈소스 스터디
    취지가 너무 좋았는데, 사내에선 자체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오픈 소스 메인 테이너로 활동도 하시고 취미로 컨트리뷰터를 하고 있다가 문득 사내에서만 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하시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 스터디를 개설하신 것이다. 당연히 너무나도 좋았고, 난생처음으로 typescript의 tsserver의 구조를 파보고, next.js의 middleware 관련한 PR을 날려보기도 했다.(Merge는 안됐지만...) 나는 이 경험으로 사내 오픈 소스 스터디를 개설하게 되었고, 나한테도 너무 좋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무엇보다 팀 내 후기가 너무 좋았던 경험이어서 올해 잘한 액션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오픈소스 스터디 2기 멤버 별 진행 사항 | Built with Notion

스터디 리더 소개

chip-bream-9d5.notion.site

 

[모집 마감] 러닝 from 오픈소스 스터디 1기 | Built with Notion

건축가는 수천 개의 건물을 보고 거장이 작성한 건물에 대한 비평을 연구합니다.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수의 대규모 프로그램(대개는 자신이 작성한 프로그램)만 잘 알

chip-bream-9d5.notion.site

  • devfaster 송도
    GDG에 있다 보니 이런 대형 컨퍼런스의 스태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컨퍼런스 운영에 헬퍼 역할만 했지만, 쉬는 시간엔 얼마든지 중간에 연사를 들어도 되었다. 게다가 스태프들은 디스코드에서 리허설에 참여하면서 이미 듣고 싶은 내용의 연사를 미리 듣기도 했다. 내가 언제 GDE나 구글 개발자, 빅 테크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연사나 인사이트를 얻겠는가... 뒤풀이를 하면서 연사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하고 재밌는 경험을 해서 꽤 행복했던 행사였다.

 

컨퍼런스 참여

아주 옛날 딱 한 번 컨퍼런스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들었던 경험 말고는 한 번도 직접 컨퍼런스 같은 걸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개발자는 컨퍼런스에 참여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다는 의견을 듣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신청했지만 두개뿐이었다.  

  • 트릿지 GraphQL 컨퍼런스(Gatsby 사용한 경험이 있는데 graphQL에 대해 궁금증이 있어 기회를 얻게 되었다.) 

트릿지 GraphQL 컨퍼런스 네트워킹

  • devfaster (GDG 특혜로 참여)

GDSC & GDG & Google 관계자와 마무리샷

 

프다클(프론트엔드 다이빙 클럽 - toss)

안될 줄 알았던 활동 중 하나였던 프다클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같은 팀원 세명이 돼버려서 셋이 나란히 참여하게 되었다. 프다클은 토스에서 운영되는 내/외부 스터디 및 네트워크 활동 그룹이다.  
참여 기회를 얻게 된 건 '디자인 시스템에 관련한 내용을 주제로 토론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사내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해 봤던 경험으로 인해 얻게 된 기회라고 생각한다. 참여 후 느꼈던 건 생각보다 내가 했던 디자인 시스템이 타 회사에서 사용되는 활용도가 많이 달랐던 것 같았다. 더욱 정교하고, 목적이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덕분에 관련해서 인사이트도 얻게 되었고, 몰랐던 기술과 개발 방법론, 디자이너와의 협업 방식 등에 대해 귀한 정보들을 얻게 되었다.

세개의 세션별로 토론

 

글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3년에 가장 잘했고, 가장 운이 좋았던 계기는 글또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점. 물론 지금 작성하는 회고 글도 글또에서 주어진 미션이 아니었다면, 작성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글또는 현재 9기까지 운영되고 있는 '글쓰는 또라이들'이다. 지인을 통해 이런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합류 지원서를 작성했다. 사실 구글 폼에 작성해야 하는 항목이 너무 많았는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 정말 정성 들여서 작성했다.


특히 '삶의 지도'라는 자유 양식 폼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회고이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한 장의 글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삶의 지도를 작성하면서 사색에 정말 많이 잠겼는데, 지난날 내가 해왔던 게 무엇이었고, 지금은 무엇을 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글또는 2주에 한 번씩 글을 투고하고, 코어(팀)분들과 피드백하며 글을 쓰는 훈련과 동시에 참여자 모두에게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목적이 좋은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9기수는 300명 정도되는 개발자와 데이터 종사자분들이 함께 계시는데, 정말 다양한 경험, 능력, 생활 등을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다음에 글또에 대한 회고 글을 따로 작성할 예정이다.)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 글또 페이지 | Built with Notion

👋 안녕하세요 :)

zzsza.notion.site

 

러닝

회사 동료분의 추천으로 회사 사람들과 4명이서 국제 여명 마라톤을 나가게 되었다. 웨이트만 해왔던 나에겐 유산소는 정말 하기 싫은 운동이었고 그중에 러닝은 제일 못하는 운동 중 하나여서 처음에는 사양했었다. 그런데 천천히 해도 되니 딱 한 번만 뛰어보라고 하셨고, 10km 마라톤을 무지성으로 신청하게 되었다.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나이 불문 꼬마 아이도 있었고 할아버지도 많이 계셨다. 이때는 나혼산에서 기안84가 마라톤 붐을 일으키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나이 상관없이 마라톤을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꽤 힘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동료분이 페이스메이커를 해주시고, 호흡이나 자세를 달리면서 계속 코칭해 주시면서 달렸더니 진짜 완주를 했다. 살면서 10Km를 쉬지 않고 뛴 건 처음이었고, 누군가와 함께 달리니 어렵지 않게 되었다. 힘들긴 했지만 뿌듯하고 기쁜 대회였다.

이스트런!
첫 10Km 완주 메달


기세를 몰아 션과 함께 하는 2023 815런 이벤트도 참가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러닝이지만, 참가 시 불우이웃에게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이벤트였고, 좋은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 이벤트 러닝이었다. 그때의 경험을 기억하면서 좋은 사진과 경험을 얻게 되었다.

8.15Km 완주!

 

2023 815런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개선을 위해 달리는 기부 마라톤

habitat815run.com

 

여행

작년에는 세 번의 국내 여행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난 원래 여행하는 것을 즐겨 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여행을 할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나질 않아서였다. 시간적인 문제와 금전적인 문제를 다 생각하려다 보니 자꾸만 제외하게 되었는데, 나를 밖으로 끌고 나오게 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중간에 여행으로 나를 리프레시하지 않았다면, 23년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자연을 보고 다른 공기를 마시고 힐링을 해야 하는 동물이 맞는 것 같다.

단양 제천
제주 애월
어디였지...시멘트 아이스크림 팔던곳
(일본)게로마을의 갓쇼마을

 

건강

30대가 되면 본능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게 재테크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냥 영상으로만 보거나 어깨너머로만 알고 있지 뭐하나 제대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업무와 개발 공부하는 데만 해도 신경 쓰기 바쁜 와중에 뭐라도 해보려고 기웃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공부는 이미 산더미 같은데 이거 하랴 저거 하랴 개발과 재테크 공부를 저울질하다 보니 몸과 정신이 피폐해졌다. 

그 결과 당연히 병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고, 건강검진을 했을 때에는 간 수치가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보기도 했다. 재검시 다시 정상 수치로 돌아오긴 했지만 무리한 영양제 복용, 음주,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 요즘 시대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없겠냐마는 이번해는 유독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결국은 둘 다 얻지도 못한 것 같았고, 연말이 다 되어갈 때쯤에는 자괴감에 늘 마음이 편칠 못했다.(병약 엔딩...)

술도 잘 안먹는 사람의 간 수치...

 

출발

23년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해를 보낸 것 같았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누구도 못했다고 뭐라 하지도 않았다.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욕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가져가려고 발버둥 쳤던 행동들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 좋은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시도들로 인해 방향성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새해 첫 일출

난 31년 평생 단 한 번도 새해에 일출을 보러 나가본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새해를 시작하자마자 했던 것이. 해본 적 없던 일을 해보는 일이었다. 눈과 얼음이 뒤덮혀 빙산이 된 관악산을 등산하고 일출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복잡했던 마음들이 정리가 되었고, 계획하려 했던 일들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신년 버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뭐 어때 어쨌든 마음가짐을 달리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나는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지는 않겠다.
다만 '지금부터 어떻게 살것인가'를 생각하겠다.


올해는 나 자신을 잘 다스리고, 조급해하지않고 내면과 능력의 기반을 다지는 해를 보내기로 다짐했다.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계획했던 것들을 이미 끝낸 것도 있고 잘 수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 아래는 이미 한주에 끝낸 항목들이다.

  • 신년 일출을 보러 관악산 등반
  • 23년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책 완독(마음,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 글또 분들과의 커피챗 또는 모각코
  • 만다라트 작성

시작이 좋은 이 기세로 나아가 보도록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