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서

개요

 "내 삶에 있어서 잡담은?"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잡담도 좋지만, 좀더 "삶의 관계 형성"에 대한 방향으로 이야기해보고싶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생각하는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주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대화"가 필연적으로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대화"는 어떻게 시작되고 이루어져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더니, "잡담"이라는 키워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잡담"에 대한 글과 영상이 많이 있다. 이런 자료들은 대부분 "쓸모 있는 잡담", "관계를 회복하는 잡담", "직딩의 잡담의 기술" 등과 같은 주제로 잡담에 대한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강조되고 있다.

 


현시점 잡담의 의미

 "잡담"이라는 의미가 무엇인가? 섞일 잡(雜)자와 말씀 담(談)자이다. "말 그대로 잡스러운 말"을 뜻하는데 대부분 "잡"으로 시작되는 말은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자질구레하고 삼가해야하는 행위로 표출되어 진다.

 어렸을적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옆친구와 잡담을 나누면 선생님이 잡담하지말고 집중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또는 회사에서 업무 시간에 잡담만하고 일을하지 않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기도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이 잡담이라는 단어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잡담이 나쁘다면 왜 많은 곳(조직, 사업, 인사 등)에서 잡담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를 할까?

 잡담이라는 행위는 어떻게 이용하냐에 따라서 자질구레한 행위가 되거나, 관계의 윤활제 역할이 되는 행위로 이어진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잡담이라는 행위는 남용하지 않는다면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참고: 관계를 회복하는 소소한 잡담의 힘(GS 칼텍스))

 


나만의 잡담의 원칙

 회사에서 하는 잡담은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하며, 이를 잘 사용하기 위해 나만의 원칙을 두고 활용하고 있다.

 

첫째, 하루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첫 번째 원칙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업무를 하다 보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논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의 빈도가 높아지거나,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할 때 업무의 잦은 변화로 인해 집중도에 영향을 끼쳐 업무 생산성이 떨어진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해진 시간에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두면 어떨지 하는 생각을 했다. 출퇴근, 회의 시작 전후 등의 소소한 대화를 하고 업무와 회의를 진행하면 그 후 이어지는 업무와 회의는 훨씬 협조적으로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매니징하는 위치라면 팀원들의 관심사를 파악할 가능성이 생기고, 서로 의견과 방안을 제시하기에 편한 관계를 형성시키기도 한다. 나는 매니징 역할을 하고 있지 않지만, 처음에 의식적으로 출근 후 30분 정도 커피챗을 유도하여 잡담의 시간을 가지게끔 했다.

몇 번 하다 보니 다들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루에 30분 정도 커피챗을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개인 적인 근황, 기술, 재태크, 운동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다 보니 동료들과의 관계가 많이 유연해졌고, 기술적인 근황과 트렌드를 다양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잡담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서로의 지식 범위가 넓어지고, 의견을 더욱 편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둘째, 의도적인 노력을 지속한다.

이 행위가 의식적으로 계속한다 해도 가끔가다 한 번씩 하게 되면 관계의 텐션이 유지되기 힘들다.

따라서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선 첫 번째 방법처럼 정해진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뿐만 아니라 학생 때 야자를 하다 보면 하루에 14시간 가까이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잡담도 많이 하게 되고 친분이 쌓이게 된다. 숙제를 공유하기에도 편하고, 필요한 준비물을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험상 대학생 때는 같은 반에 있는 학생들이라도 같은 과, 동아리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부탁하기도 어렵고 더 나아가 팀 프로젝트의 진행 시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 적극적으로 가벼운 대화를 유도하거나, 식사 자리나 술자리를 가질 때의 프로젝트 진행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었다. 이전에 두 가지 상황을 경험했다.

과제가 주어지고 팀이 형성되었을 때, 따로 이야기 한 번 하지 않은 그룹에서 진행했을 때는 제출 일자가 막바지에 다가와서야 급하게 진행하거나 가볍게 물어볼 만한 주제에도 관계 형성이 전혀 없다 보니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스킵 돼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팀이 형성되자마자 카페에서 가볍게 커피챗을 나누고 식사를 하면서 평소 본인들이 즐겨하는 것들이라든지 좋아하는 음식 같은 자질구레한 잡담을 나누었던 팀에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가볍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더 나은 방향을 찾는 행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대화를 나눈 것에 어색한 기류가 없다 보니 프로젝트 마감 전까지 꾸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진행하여 진행도 체크가 수월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후자의 사례가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잡담이 프로젝트 진행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지나고 보니 알게 된 것이다.

셋째, 목적 없는 잡담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잡담은 두서없이, 알맹이 없는 대화가 기본이다. 자칫 잡담이 아닌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면,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워지고, 관심사가 떨어지는 주제라면 오히려 다음부터 그 사람과 대화하기 꺼려지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주변의 재테크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재태크는 필수야! 요즘 이런 ETF가 좋고, 금 달러가 강세야! 부동산도 해야 해!"라고 말한다고 한들 관심도 없고 관련한 정보가 없다면 이 사람에겐 가볍게 이야기한 잡담이 아니라 듣기 싫은 주제에 대해 본인의 시간만 빼앗고 있다고 생각한다.

발제를 한 사람은 잡담이라고 생각한 이야기지만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고 목적이 너무 명확한 주제라면 잡담의 기능이 퇴색되어 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잡담은 토론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화려한 화술도 필요 없고, 의미가 없는 대화일지라도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데 더 큰 중점을 가진다. 잡담이라는 대화는 캐치볼과 같은 게임이다.

번외) 평소 내가 하는 잡담에 대해 잘 정의한 책인 "잡담이 능력이다(사이토 다카시 지음)"이 있다. 저자는 잡담에 능해지기 위해서 5가지 원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1. 잡담은 알맹이가 없어야 한다.
  2. 잡담은 인사에 더해 이뤄진다.
  3. 잡담에는 알맹이가 없고 목적이 없는 만큼 결론 따위는 필요 없다.
  4. 잡담은 과감해야 한다.
  5. 잡담은 훈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참고: 한마디 잡담의 효과)

 


배우고 훈련하자

 기본적으로 잡담은 즐겁거나 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화를 잘못하는 사람들은 경험상 두 가지 사례가 있었다. "본인 이야기만 하는 경우"와 "본인 이야기를 전혀 안 하는 경우".

본인 이야기만 하는 경우에는 흔히 "꼰대"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자기 자랑만 늘어놓거나 자기 말이 다 맞다고 혼자 떠드는 사람들인데, 티키타카가 필요한 대화에선 편하게 농담도 못 하고, 듣는 사람의 기만 빨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반면에 본인 이야기를 전혀 안 하는 경우에는 사실 성격 이슈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심한 성격이거나 너무 연장자 또는 고위 직급자인 경우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두 가지 사례 모두 잘못을 따지기보단, 서로 대화에서 티키타카가 안 되고 물음표로 대화가 안 된다면 위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잡담을 이루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 긍정적인 공감
  • 답변하기 쉬운 질문 유도
  • 따지거나 지적질 자제

위 세 가지만 의식해서 훈련한다면 잡담이라는 대화는 불편한 행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행위가 된다고 생각하고, 추상적인 토픽이라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잡담에 관련된 책, 글, 영상을 접하면서 기술적인 방법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는 기술에서 논술, 속독이 있듯이 대화의 기술에서 잡담이라는 행위에도 기술적인 방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치며

 평소 잡담이라는 행위에 대해서 고찰하며 사색에 잠길 때가 있었다. 머릿속에서 방황하는 이 생각들을 직접 정리하면서 지난 경험과 아티클의 정보들을 취합해 가면서 무의식적으로 잡담이라는 행위가 중요한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잡담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반론하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이 문장을 오해해서 해석한다면 잡담과같이 쓸데없는 말은 삼가라고 해석될 수 있지만, 너무 침묵하게 된다면 대화를 통한 관계에 대해서 "다른 가능성"을 좁혀버리는 상태로 가버리게 된다. "대화를 통해서 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정리하자면 나에게 있어서 잡담은 관계 형성에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되 선을 넘거나 대화가 되지 않은 잡담은 침묵으로 답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잡담"이라고 생각되었던 행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것들이었고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