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기
눈 깜짝할 사이 한 해가 흘러갔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회고록을 작성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고, 지난 회고록("나는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 2023년 회고"를 다시 읽어보았다. 다른 글보다 많은 정성이 들어갔고, 당시 작성했던 내 심정이 잘 드러나는 글이었다. 잘하기도 했고, 미흡하기도 했다. 그러면 2024년에는 어땠을까?
목표
당시 회고록을 살펴보면 명확한 목표도 없고, 방법도 잘 몰라서 필요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으며 움직이던 해였다. 그 때문에 다음 해에는 목표를 좁혀 부족한 것을 메꾸고, 해야 할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움직였다. 이번에는 건강을 잃어가면서 불필요한 것에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고, 시기적으로 중요한 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30대 남자라면 대부분은 앞으로의 미래, 시장 가치, 경제적 여건에 대한 고민 탓에 쏟아지는 걱정과 방황을 많이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회고를 쓸 때는 이런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걱정 덜어내기"를 목표로 했다.
지나친 걱정과 생각은 행동을 멈추게 되고, 결과를 내기 어려워진다. 그 때문에 2024년에는 `기반이 튼튼한 사람`을 목표로 지내왔다.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만다라트` 를 작성했다.
만다라트
인생의 계획표를 작성해 정한것대로 살아가는 것을 꺼려했었다. 성격상 신년 계획표에 힘이 들어가면 결국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다라트`를 추천받게 되고 실행하게 되었다. 만다라트는 9x9표로 구성된 계획표이다. 노션 템플릿 이용해 직접 만드는 수고를 덜었고, 주요 목표로는 `기반을 튼튼하게, 지속 가능한 개발자`를 잡았다.
첫 번째로는 오랫동안 컴포트존에서 삶을 살아왔던 터라 기초가 아주 부족했고, 눈에 보이는 일에만 집착하며 지내왔다. 때문에 `기초 지식`을 쌓는데 포커스를 두었고, 사내 스터디와 외부 스터디를 통한 IT 전문 서적과 오픈 소스 딥다이브를 목표로 잡았다. 결과적으로는 관련된 카테고리에선 20개 중의 15개의 목표를 완수했고 그중 필수 목표 9개 중 7개를 완수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목표를 잡았고, 경제 공부, 독서, 스터디 참여 그리고 자기관리를 기준으로 잡았다. 결과적으로는 경제 공부 목표로는 50% 달성, 독서 목표로는 인문학/IT 서적을 합쳐서 20권 완독, 스터디 참여로는 사내/외 스터디까지 합쳐서 100% 참여율을 달성했다. 마지막으로는 나빠졌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틈틈이 수영과 헬스, 러닝을 하고 연말에는 피부 관리까지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목표했던 총 55개 중 30개를 완수해 약 54%를 달성했다. 처음 예상으로는 30%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50%가 넘었다는 사실에 나쁘지않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개발자로서의 성장과 방향성
결과적으로 내가 성장을 했을까? 성장이라는 것은 정량적 평가로 두기에 굉장히 애매하다. 객관적 결과로는 업무에서의 유의미한 성과물, 오픈소스 컨트리뷰터, 스터디, 독서가 될 거 같다. 하지만 주관적인 결과로는 기술적 성장은 너무나도 부족했지만, 방향성이 다른 성장을 했다.
사내에서 유의미한 성과물을 내기 위해 사내에 없던 시스템 구축과 업무 프로세스를 제안해 보기도 하며 적극적인 행동과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서 관련 기술을 더 깊이 탐구의 목적보단 프로덕트 오너로서의 관점으로 일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프로덕트 오너로서의 업무 참여도 굉장히 중요하다. 기획과 디자인의 소통에 더 많은 시간 쏟아야 하고,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고려하기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품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때까지 이 회사에서 전례가 없었던 디자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디자이너와 직접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제안하며 시스템을 구축했고 성공적으로 프로덕트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방향성을 달리했을 뿐이지 또 다른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더 깊은 기술보단 지금까지 고민했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생각해 보면 기술적 탐구의 방향보단 업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향성을 잡았다. 디자인 시스템 외에도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모노레포 아키텍처 도입, 다국어 자동화 시스템, API 타입 제너레이터 시스템 등을 제안하고 팀원들과 같이 만들어 나갔다.
객관적 시장성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가지고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내 시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직 전선에 뛰어들어 확인해 보았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개발자 시장이 겨울이 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내가 해온 결과물이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특히 스타트업의 서류 합격률이 현저하게 낮았고, 과제 전형의 합격률도 낮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기업에서의 서류 합격과 면접까지 진행한 경우는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직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현재 개발자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객관적인 위치로 봤을 때, 내 수준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밸류업
경제 용어로 `밸류업(value up)`이라는 용어가 있다. 저평가된 (주식, 부동산 등)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과정을 뜻하는 용어다. 즉, 가치 상승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의미인데, 지금 나의 가치는 현재 개발자 시장에서 차별화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나를 밸류업하기 위한 목표를 세워야겠다고 판단했다.
현재 시장에서 내 가치가 아직 매력적으로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결과지만, 차가운 시장 속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은 시장의 흐름과 상관없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거나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사람과 나는 다르기 때문에, 내가 더 보완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해서 고민해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복기해보면서 고민하지 못했던 것들,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것들, 현재 시장에서 내 연차에 원하는 요구사항을 얼마나 충족할지 복기하고 채워나가야 한다.
경제적 행동 부채
지난 회고 때 경제적 행동 부채(?)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근차근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 간편하게 유튜브로 세계 경제 시황, 부동산 흐름, 금리, 개별 주식과 ETF, 연금 등 시간 나는 대로 듣고 공부했다. 관련 도서도 찾아보고 읽고 금융 마인드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했다.
경제적 부채는 하루라도 빨리 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고, 만다라트에서 큰 카테고리 중 하나에 포함했었다. 결과적으로는 50%의 달성을 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투자 시장에 뛰어들 생각이다.
무엇보다 금융 공부의 시간을 쏟았던 탓인지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도메인 특성을 많이 타긴 하지만, 특수 도메인에 일을 하게 되면 나의 부족했던 부채들을 해소하면서 나의 개발자 인생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무리
확실히 2023과 2024의 내 행적을 살펴보면 다른 마음가짐으로 지내왔다고 생각된다. 마음고생하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목표 좁히기를 하며 목표 덜어내기를 했고,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현재 결과를 봤을 때 '진짜 목표를 만족스러운 결과를 달성했는가?'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애매하다. 수치로 환산했을 때는 만다라트 기준으로 전체의 55% 달성률이지만 이를 수치로 판단하기엔 애매한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멘탈 관리와 업무 외 목표에 대한 수행을 많이하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기술과 경제적 기반을 쌓는 해라고 생각했기에 지나온 과정에 대한 개인적인 달성률을 70% 정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향성이 어느 정도 잡혀서일까, 2025년이 조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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